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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펐던 이유는

김건우_Jonathan 2023. 4. 12. 02:28
올해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이 하나 있었다.
부고 문자를 받았는데,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의 자주 가는 과일도매상이었다.
가게에서 일하는 분들의 얼굴은 알지만, 이름을 봐서는 누가 돌아가셨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나는 206호에 입구에 게시된 사진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왜 이분이지?
가장 젊은데...
나와 가장 친하게 지면서, 안부를 묻던 그였다.
 
가끔 찾아가면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냐고 나를 안아주곤 했다.
매형과 누나와 함께 과일을 팔던 한 집안의 가장이 일하러 나왔다가 갑자기 쓰러져 돌아가신 것이었다.
장례를 치르고 있는 그분의 아내와 자녀들은 너무도 갑작스런 죽음에 슬픔이 가득했다.
 
조문을 마치고 식탁에 앉은 나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어떻게 오셨냐고, 그분의 누님이 자리에 앉았다.
나를 자세히 보더니, 깜짝 놀라 어떻게 알고 왔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간 있었던 일을 상세히 털어 놓았다.
 
어제 새벽에 갑자기 그 가게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보니 매형이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잘 계신지 궁금해서 왔어요."라고 하니 손수 커피를 타서 주셨다.
가게를 내놓았다고 했다.
"오늘 안왔으면, 주인이 바뀐 가게에 올뻔 했네요."
"내일 일은 알 수 없으니, 오늘 해야 할 일은 해야겠어요." 라고 나는 말했다.
 
수 십년 과일장사를 한 그의 손은 오늘도 상처 투성이다.
"잘 생각하셨어요, 이제는 좀 쉬기도 하고, 즐겁게 여생을 사세요"
 
내가 장례식장에서 슬펐던 이유는
새벽시장에서 더는 나를 따뜻하게 맞아줄 사람이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안타까움이었을까?
그와 함께 했던 추억이 영상처럼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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